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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6년 10월 21일 마산야구장에서 치뤄졌던 엔씨와 엘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기념하기 위해 남기는 글이다.

한마디로 정말 명경기였다. 아마 내 인생 최고의 명승부로 기억되는 2001년 부산고와 경남고의 화랑대기 결승전 이후 역대급으로 꼽을만한 경기였다. 당시에는 엎치락 뒤치락 시소게임을 펼친 후 전광판에 불을 못켜는 관계로 무승부 게임이 선언이 되어서 그 다음날 결국 승부를 가렸어야 했다.

사실 9회말이 시작되는 시점에서만 해도, 게임이 힘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무척이나 아쉬웠던 장면은 8회초 정상호의 홈런 장면이었다. 7회까지 해커가 호투를 했지만 8회부터는 계투를 투입해도 되지 않을까 했던 시점에 터진 홈런이었다. 지금은 작고하신 하일성 해설위원의 말대로 1점차와 2점차는 차이가 크다. 거기다가 이 게임은 게임의 무게가 정규시즌과 다른 포스트시즌의 게임이었고, 거기다가 엔씨는 지루한 0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역시나 어렵나하며 좌절하던 그 시점에 거짓말처럼 박민우의 안타가 터졌다. 그리고 박민우의 적극적인 리딩으로 2루 진루. 이후 터진 권희동의 안타. 이어진 지석훈의 타석. 지석훈은 작년 플레이오프 2차전의 결정적인 2루타를 기록하여 동점을 만들어냈고 본인의 발로 결승점을 올렸다. 지석훈의 안타가 터지면서 1점차.

조영훈 삼진, 그리고 대타 이호준. 이호준의 등장과 함께 마산야구장이 터져나갈듯한 함성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이날 게임의 최대 데시벨을 기록한 관중의 함성소리에 긴장한 듯한 김지용은 제구가 흔들린듯한 모습으로 볼을 3개 던졌다. 그 순간 나는 어쩌면 이 게임에서 드라마가 써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이호준은 국내 최고의 게스히터였기 때문이다. 1사 1,2루 상황. 1루주자는 지석훈, 타자는 이호준. 타자와 주자가 모두 발이 느린 상황이라 엘지의 배터리는 충분히 병살타를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3볼 이후 다음 투구때 이호준은 그냥 공을 하나 지켜봤고, 두번째 공은 휘둘렀다. 그리고 운명의 6구. 이호준의 타격은 우중간을 갈랐고 이호준의 타격 직전에 먼저 스타트를 끊었던 2루주자 이상호가 홈으로 들어왔다. 마침내 2대2 동점!9회말 1사 만루. 투수 김지용, 타자 용덕한, 포수 정상호. 극적인 마지막 순간.연장전이 확정되었고 손시헌이 고의4구로 출루하면서 이제 1사 만루. 하나의 공격으로 거짓말같은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용덕한. 스퀴즈 싸인이 나왔고 지석훈은 작년의 플레이가 생각날 정도로 적극적인 주루를 했다. 용덕한이 타격한 공은 파울이 되었다. 그리고 그다음 김지용의 다소 높은 공을 용덕한이 타격했고 3루 선상을 빠져나가는 페어로 선언이 되면서 길고 길었던 9회말이 끝났다. 최종성적은 3 대 2, 엔씨 승.

작년 플레이오프 2차전과 마찬가지로 최종 결승득점은 지석훈이 기록했다. 올해 신재영의 호성적으로 트레이드가 재평가되고 있지만 지석훈을 트레이드해서 엔씨로 데려온 그 당시의 결정은 정말 신의 한수가 아닐까.

이로써 엔씨는 창단 첫 포스트시즌 1차전 승리를 기록했고, 5전 3선승제 게임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그리고 오늘 10월 22일 2차전 게임을 잡으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에 1경기만을 앞두게 되었다. 3, 4차전 잠실에서 벌어지는 경기가 다소 어렵게 진행되더라도 해커가 다시 등판하는 5차전 마산게임에서는 다시 유리한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해커는 7이닝 동안 2실점했고, 구창모 8회 등판하여 1이닝 무실점, 9회 김진성, 임정호가 1/3이닝, 임창민이 2/3이닝으로 게임을 마무리 지었다.

개인적으로 뽑은 MVP는 이호준. 그날 게임을 다시 떠올려보면 엔씨 덕아웃이 잘 보이는 3루쪽에 앉은지라 엔씨 덕아웃 상황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이호준은 1회부터 덕아웃에서 배트를 휘두르며 타격준비를 하고 있었다. 몸상태가 좋지않아 선발에는 빠졌지만 이후 결정적인 순간에 나올 수 있겠구나 생각을 했다. 7회말 손시헌 타석때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나오지 않았고 9회말에 나왔는데 그게 신의 한수가 되었다.

미국에 '빅파피' 데이비드 오티즈가 있다면, 한국에는 '호부지' 이호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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