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딘가에 필자 SNS에 적은 글들을 정리한 글입니다.
테넷을 두 번 봤다. 첫번째는 광교IMAX(CGV)에서, 두번째는 영통MX(메가박스)에서 봤다. 처음에 보고 나서 들었던 감상은 이랬다. 사람들이 막 뛰어갔다. 근데 나는 당최 사람들이 왜 뛰는지 잘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졸라 진지하게 난리굿을 직이면서 달려가니까 나도 일단은 그 사람들과 같이 뛰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면 영화는 끝나있고 어렴풋하게 이게 이런 이야기였나 싶은 감상만 남아 있었다.
아마 크리스토퍼 놀란도 자기가 설명충에 액션에 약한 감독이라는 평을 뒤집어 보고 싶지 않았을까. 나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자꾸 그렇다 그렇다 라는 식으로 멋대로 평가해버리면 오히려 역으로 해버리고 싶은 맘 같은 걸까나. 기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에서 액션을 과하게 더하고 설명을 과하게 덜어내면 완성되는 영화가 바로 테넷이다.
첫번째 감상 후 나무위키도 뒤져보고 인터넷에 이러저러한 짧은 글들을 읽어보고 다시 2회차 관람에 도전했다. 그것을 보다보니 대충 이야기의 얼개는 이해가 갔다. 테넷의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가장 전제가 되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아래는 그것들을 토대로 독자해석한 내용입니다. 당연히 스포일러도 있습니다.)
만약에 공간을 쪼개어서 쓸 수 있는 것처럼, 시간도 쪼개어서 쓸 수 있다면 어떨까?
서울광역시든, 경기도이든, 우만동이든, 이의동이든, 남한이든, 북한이든, 결국 공간은 하나다. 하지만 사람이 편할대로 쪼개어서 쓰고 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하나로 연결되어있는 시간을 만약에 쪼개어서 쓸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2020년 11월 30일의 시간 중 저녁 9시부터 10시까지의 쪼갤 수 있다고 치고 내가 9시 30분에 있다고 치자. 만약에 9시 30분부터 10시까지 움직이는 '나'를 만들 수 있다면 질량보존의 법칙에 의해 9시부터 9시 30분까지 움직이는 '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테넷의 스토리는 이 전제를 기본으로 깔고 영화를 보면 꽤나 이해가 수월하다. 가까운 미래에 어떤 형태로 시간을 쪼갤 수 있는 기술이 발견되었고 그것을 토대로 정으로 나아가는 시간이 설정되면 당연히 역으로 되돌리는 시간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여러가지 활동이 가능해진다라는 것.
놀란 형님, 재밌게 잘 봤습니다. CG가 난무하는 요즘 시대에 형님처럼 영화 찍으시는 분도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