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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타운홀 미팅이 있던 날이었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의도치않게 파울볼을 주었고 그 파울볼에 싸인을 받고 싶어서 타운홀 미팅을 찾았었다. 애초에 방문목적은 싸인을 받는 것이었고 선수는 누구든 딱히 상관은 없었다. 싸인을 받는 줄에 줄을 섰는데 줄이 생각보다 길었다. 선수들은 4명이 1조로 여러가지 코너를 로테이션으로 돌고 있었다. 내가 싸인을 받은 조는 김태군, 지석훈, 이종욱, 이태양의 조였다.


싸인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싸인대기줄만 길게 늘어서자 진행요원이 한  선수에게만 싸인을 받으라고 했는데 요새 선수들 싸인 받기가 참 힘들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한 선수에게만 싸인을 받지 않고 온 김에 한 조의 선수들 싸인을 다 받는 사람도 있고 두 세선수에게만 싸인을 받는 사람도 있고 그런 분위기였다. 나는 들고간 파울볼에 김태군과 지석훈의 싸인을 받았고 나오면서 이종욱 선수에게도 싸인을 받고 싶어서 싸인지에 싸인을 받았다. 그러고 나오는데 이태양 선수의 작년 시즌 활약도 인상적이였기에 이번 아니면 싸인 받기가 힘들거 같아서 가방안에서 나성범 유니폼을 꺼내서 싸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태양 선수는 약간 움칫 거리더니 유니폼 좀 펴달라고 했고 힘들다는 표정으로 싸인을 해주었다.



그리고 얼마전에 이태양의 승부조작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인터넷에 검색을 했다. 유니폼에 싸인 지우는 법... 아세톤을 사와야 겠다.


요즘 야구계를 보면 참 이상한 논리를 보게 된다. 이른바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것이다. 이 원칙은 재판정에서나 통하는 것이다. 만약 승부조작을 실제로 한 선수가 있다고 치자. 이 사람의 승부조작을 증명할만한 증거가 없으면 이 사람은 무죄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재판정에서나 통하는 이야기지, 야구계에서 통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증거가 있건 없건 그 사람이 승부조작을 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사실이다. 즉 증거가 없고 본인이 결백을 주장하므로 이 사람은 승부조작을 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할 그 어떤 논리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혐의점이 있는 선수는 본인의 주장과 상관없이 구단차원, 구단차원에서 해결되기 힘들다면 KBO 기구차원에서 자체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 그래서 법정에서의 무죄추정의 원칙 따위와 상관없이 KBO기구내에서 법적인 논리가 아니라 야구적인 논리로 판단해 보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사실상 수사기관에만 의뢰해 놓은채 KBO가 해야할 일, 구단이 해야할 일을 방기하고 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KBO 자체적으로 승부조작 근절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는지 정말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이태양 이후 또 이재학이 승부조작 관련 혐의로 인해 엔트리에서 말소되었다. 나는 현명한 처사라고 본다. 어느 조직이든 침묵하는 다수가 있기 때문이다. 엔씨는 작년 한국시리즈때의 삼성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한국시리즈 전에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의 원정도박 의혹이 제기 되었지만 삼성은 무죄추정의 원칙 운운하며 선수를 엔트리에서 빼지 않았고 윤안임이 모두 엔트리에 들어갔음에도 결국 두산에게 시리즈를 내주고 말았다. 어떤 조직에나 따라야할 원칙이 있는 법인데 야구를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침묵하는 다수에 의해 조직은 철저히 와해되어 버린다. 공동의 목표에 대한 동기를 잃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인터넷 상에는 엔씨의 또다른 주전 선수가 승부조작에 관여되어있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이 선수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해야 하며 오히려 공론화시켜서 경찰이 수사를 신속히 진행하도록 해야한다. 그렇게 해야지만 팀을 추스리고 더 좋은 경기를 팬에게 보여줄 수 있다. 또한 만약에 그 선수가 정말 결백하다면 경찰이 괜히 엄한 사람잡았다는 여론의 공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며 그 부담감 때문에 앞으로는 함부로 언론에 이야기를 흘리지 않게 될 것이다. 그래서 털고 가야 한다. 팀은 위기를 맞을때 그것을 극복하면서 더 강해진다. 작년 마무리투수 김진성이 부상으로 한달 결장했을때 월간 최다승 기록을 세웠고 올해 에이스투수 해커가 부상으로 두달간 결장했을때 15연승을 달렸다.


지난 주말 토요일 경기에서 이재학 유니폼을 입고 열심히 응원을 하던 내 옆에 꼬마가 나에게 물어봤다. 오늘 왜 이재학선수가 안나왔나요? 나는 이재학이 왜 엔트리에서 말소되었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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