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24 추가) ※ 스포일러 있습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 드라마(HBO)를 최근에 봤다. 드라마가 꽤나 좋았기 때문에, 보고 나서 게임을 다시 플레이를 해봤다. 게임을 할 시간이 잘 안나서 한 달 가까이 플레이를 한 것 같다. 근데 엔딩을 보고 나니 조금 작위적이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든다. 엘리가 애비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게임 내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나. 근데 그 애비를 죽일 수 있는 결정적 기회가 왔을 때, 애비를 용서해준다고? 그럼 엘리는 도대체 그 수많은 사람(게임 속에 등장하는)을 왜 죽인 것일까?
차라리 엘리가 게임 내에서 죽인 사람들의 숫자만큼 멀티엔딩을 구현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최소한 엘리가 마지막 스테이지인 산타바바라에서 죽인 NPC의 숫자를 기준으로 그 숫자가 많다면 애비에게 복수를 하고, 적다면 애비를 놓아주는 엔딩이었다면 게이머가 조금 더 납득이 가는 엔딩이 아니었을까.
게임 자체는 다시 해봐도 재밌다. 이것 저것 신경도 많이 썼고 잘 만든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1편에서 시계의 역할을 2편에서 기타가 하고 있고, 조엘-엘리의 관계가 애비-레브의 관계로 연결되는 등 구도 같은 것도 신경을 많이 썼고, 엘리의 플레이가 애비의 플레이로 연결되며 적의 입장에서도 플레이 한다는 경험은 다시 해봐도 신선하다. 다만 애비에게 명분을 주기 위해 연출이 억지스러워진 면은 확실히 있고 그것이 여러 사람들에게 게임에 대한 증오를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이 게임은 증오에 가득찬 복수에 대한 이야기다.)
(2020-07-11 원문)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이하 라오어2로 부름)를 클리어했다. 한 30시간 정도 플레이한 것 같다. 퇴근해서 잠깐 짬을 내서 플레이했고, 주말에 시간내서 잠깐씩 플레이하다보니 클리어하는데 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 시간동안 그렇게 괴로웠던 적은 많지 않았다. (조엘이 죽었을때 분명 고통스럽기는 했으나...)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이 게임이 좋은 게임인가 나쁜 게임인가 판단하는 나만의 척도는 그 게임의 파밍이 얼마나 재미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라오어2는 무척이나 즐겁게 파밍했던 게임이다. 때로는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도 여러번 했었다. 커뮤니티의 여러 반응을 보지 않은 것은 아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라오어2는 필요이상으로 과도하게 까이고 있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우선 이 말부터 물어보고 싶다. 언차티드2가 인상적이었나 언차티드4가 인상적이었나. 많은 게이머에게 물어보면 거의 대다수가 언차티드2가 더 인상적이라고 말할 듯 싶다. 언차티드 시리즈를 모두 즐긴 나로서는 언차티드2 초반부의 기차스테이지에서 받았던 흥분과 즐거움을 그 이후 어떤 후속작에서도 느낄 수 없었다. 물론 그래픽, 스토리텔링, 게임 내 흥미요소들 많은 부분에서 지금 즐기면 언차티드4가 더 좋은 게임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게이머들은 언차티드2와 3, 4를 즐기면서 시리즈 내내 네이선 드레이크의 등만 바라보며 게임을 즐겨야 했고 그것이 결국 식상함과 연결되었다.
4에서는 급기야 네이선 드레이크의 어린 시절까지 등장했지만 네이선 드레이크를 시리즈 내내 주인공으로 유지하면서 드는 식상함은 시리즈물로서의 게임이 즐기는 한계일 수 밖에 없다. 영화와 달리 게임은 한 주인공을 AAA 게임기준으로 최소 20시간 이상 플레이하게 되기 때문에 작품 하나만으로도 주인공에 대한 소모가 높다. (물론 그만큼 게임 주인공에 대한 몰입이 높아지기 때문에, 후술하겠지만 주인공 교체에 대한 민감도는 다른 매체들 보다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조엘에서 엘리와 애비로의 주인공 교체는 제작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않았나 싶다. 조엘이 또 라오어2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라면 과연 엘리와 애비로 플레이했을때의 신선한 감각을 게이머에게 줄 수 있을까? 나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닐 드럭만도 언차티드4에서 모든 면에서 언차티드2보다 좋아졌지만 언차티드2에서 남겼던 강한 인상을 결국은 되살리지 못함을 인식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소 충격적이고 불쾌한 경험이긴 하나 초반부 조엘의 죽음은 나로서는 분명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점에서 게임의 정식명칭을 제작사에서 '라스트 오브 어스2'가 아니라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로 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드의 시즌제 구성과 비슷하다. 왕좌의 게임을 생각해도 좋겠다. 왕좌의 게임 시즌1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떠올려보자. 물론 게임과 드라마는 다르다. 드라마는 제3자의 입장에서 드라마내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지켜보는 것이고 게임은 게임내 등장인물과 하나가 되어서 자기가 직접 컨트롤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드라마보다 더 몰입감이 높으며 따라서 주인공의 교체하는 것은 제작사로서 많은 리스크를 감당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새로운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전작의 주인공을 그런 식으로 다루는 것에 대한 불쾌함은 나도 인정하는 바이다. 분명 충격적이고 불쾌한 방식의 접근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커뮤니티가 인정하듯, 조엘을 그렇게 소모함으로서 얻은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게임플레이 상에서의 신선한 감각이다. 라오어2를 플레이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바이오하자드2가 생각난다는 점이었다. 두 명의 주인공을 교차시키면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각자의 버전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특히 그랬다. 바이오하자드2가 살짝 맛만 본 것이라면 라오어2는 그것을 작품 전체의 주요 테마가 될정도로 더 크게 확장시켰다.
엘리파트는 잠입액션에 더 방점을 두어서 마치 메탈기어 솔리드를 플레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단검의 무한사용가능이나 총알을 제조할 수 없다는 점 말이다. 반면 애비파트는 총격액션에 더 방점을 두었다. 단검의 사용이 제한적이고 총알을 제조할 수 있다. 두 캐릭터를 서로 다르게 플레이하면서 각자의 캐릭터가 가진 특징들을 느낄 수 있고 이런 즐거움은 충분히 훌륭한 것이었다.
하지만 각각의 파트에서 스토리에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느냐는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다. 엘리파트는 조엘의 사망으로 폭주하는 엘리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그 부분은 충분히 몰입적이었다. 하지만 애비파트는 다소 몰입감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애비파트는 만약에 조엘이 엘리를 백신의 희생양으로 삼았다면 나오지도 않을 파트다. 우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이 결코 모든 것을 치유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니 그 이전에 백신을 만들 수 있는 지식을 가진 의사가 애비의 아버지, 혼자만 유일하다면 그 사람은 왜 그 사실을 책이나 다른 형태로 남길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 지식이 사실 진짜 있기는 한걸까?
하지만 떨어지는 애비파트의 몰입감도 레브 일행과 만나게 되면서 몰입감을 늘려준다. 생판 모르는 남이지만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도움을 준 그를 애비는 져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애비가 조직보다 사적인 동기부여에 더 중요함을 느끼는 (복수와 의리에 집착하는) 여전사라면 더욱더 그렇다. 아무리 울프집단이 몇천명 단위의 큰 집단이라고 하더라도 애비는 그 조직의 중요한 조직원 중 하나다. 그정도 인물이 사적인 복수를 위해 시애틀에서 와이오밍의 잭슨까지 간다는 것 자체가 이 인물은 조직보다 개인적인 사정을 더 중요시한다고도 볼 수 있다. 엘리가 잭슨 집단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비교하보면 애비의 특수성을 더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미드 워킹데드의 팬으로서 워킹데드의 주인공이 고스트타운으로 파밍을 나가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아주 즐겁게 플레이했다. 1편과는 달리 곳곳에 오픈월드적인 요소가 숨겨져 있어 전편보다 더 즐겁게 플레이한 후속작이었다. 더이상 헤엄치지 못하는 엘리를 위해 난리굿을 떨지 않아도 된다. 물론 내 생각이 결코 다수의 생각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종합하자면 다수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자신의 판단을 믿고 플레이한다면 충분히 즐겁게 플레이할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