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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P 테일러, 유영수, 『제2차 세계대전의 기원』, 지식의 풍경, 2003

만약 히틀러가 없었더라면,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까? 이 책은 이 물음에 대해서 히틀러가 없었더라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단순히 히틀러 개인의 광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베르사유체제로부터 이어진 국제질서속에서 각국의 정치인들이 각자 자기의 목표를 따라 열심히 행동한 결과 터진 전쟁이 바로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국제정세가 이동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히틀러라는 괴물이 있기 때문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단지 그 인물 하나만으로 전쟁이 발발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게 만들었을까?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제2차 세계대전은 그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전쟁이었다. 히틀러도 원하지 않았고, 스탈린도 체임벌린도 달라디에, 무솔리니 그 누구도 원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전쟁이었지만, 전쟁은 일어났고 수많은 군인들이 죽어갔다. 그 뿐만 아니라 이른바 홀로코스트라 불리는 잔인한 제노사이드 범죄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저자는 베르사유체제가 성립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은 예정된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과연 베르사유체제가 성립되면서, 독일의 국제적 위치가 실제보다 과소평가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비극은 예정되었던 것일까. 내 생각은, 저자의 생각과는 조금 다르다. 베르사유체제가 성립되었지만 전쟁은 피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물론 그 시기로 돌아간다면 확률은 반반이겠지만 무슨 사건이 있음으로 인해서 그다음 사건이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역사인 것처럼 서술한다면 그 역사서술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것이 아닐까. 그 논리대로라면 우리의 식민지 피지배경험은 당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어야 하며 우리의 분단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어야 한다.

나는 히틀러의 폴란드침공이라는 선택을 지적하고 싶다. 그 전의 국제정세가 어떠했든 제2차 세계대전은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시작됐다. 그 결정적인 원인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히틀러는 전면전을 원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폴란드침공을 계기로 전 유럽이 전쟁에 휩쓸리는 전면전이 벌어졌다. 이것은 변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또 히틀러의 모습을 보면서 난 자꾸 북한에 있는 김정일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김정일이 들고 있는 군사력이라는 것이 뻥카인지 아니면 정말 강력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위협이라는 수단을 통해 자신이 얻고자 하는 바를 얻으려는 외교적 모습은 지금의 김정일과 분명 일치하는 바가 크다. 그러면서 우리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가장 큰 요인은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할 때 서유럽은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정적인 오판이었다. 그 오판을 하였던 데에는 히틀러를 대하는 교섭 국가들이 일관적인 외교정책을 취하지 않음으로서 히틀러가 오판하게끔 만든 부분이 있었다. 이런 역사적 교훈을 상기시켜볼 때 우리의 대북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오락가락하는 대북정책은 분명 남북관계에서 긍정적인 역할보다는 부정적인 역할을 더 많이 할 것이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대북정책만큼은 일관적인 측면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지어진지 50년이 다되어가는 책이고, 제2차 세계대전의 기원에 대한 연구는 그 이후에도 계속 나왔지만 이 책이 가진 의미는 변하지 않을 듯하다. 모두가 히틀러라고 얘기하고 있을 때 히틀러가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한 저자의 용기는 분명 훌륭한 것이고 또 존경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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