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개회식 직관후기 : 나는 한국이 자랑스럽다

1. 한국이 가진 정갈함을 세계에 보여주다.

2018 평창올림픽 개회식장 파노라마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잘 만들어진 개회식이었다. 단순히 웰메이드라고 부르기엔, 그 조차도 이 개회식을 설명하는데 부족하다. 예전에 개회식 연출에 대한 우려를 가지기도 했었는데 그런 것에 대해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며, 송승환 총감독, 양정웅 연출에게 심심한 사과를 보낸다. 

날씨는 꽤 추운 편이었지만, 약 2시간정도에서 끝났기 때문에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만약 더 길었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2시간이라는 시간동안 진행된 공연의 밀도는 아주 높았고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공연이 아주 잘 짜여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개회식을 준비한 팀에게 정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2시간 진행된 개회식을 보면서 느낀 것은 다른 나라와 구별되는 한국이 가진 문화를 아주 정갈한 형태로 보여주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세련되게 표현하지만 결코 과잉되지 않는, 이번 개회식을 통해서 한국이 가진 디자인 코드를 성공적으로 제시했다.

들풀은 바람에 늬어 흔들릴지언정, 생명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가장 인상적인 공연은 "아리랑 : 시간의 강" 공연이었다. 한국인이라면 느끼고 있을 슬픔과 한을 아주 세련되고 절제된 형태로 표현해냈다. 한반도에서 살아왔던 수많은 민초가 느꼈을 삶의 굴곡과 아픔을 신파나 감정과잉이 아닌 아주 절제되고 유려한 형태로 표현했다. 외국인이 한국드라마를 보면서 쟤들은 맨날 성질내고 울고 던지고 난리굿을 직이냐고 오해할 법도 한데, 사실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주 잘 보여주었다.

현장에서 보다보니, 민초를 상징하는 들풀이 별이되는 모습의 CG는 보지못했다. (집에서 공연영상을 다시보니 바닥의 원형캔버스에서 별이 떠올라서 날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전체적인 분위기는 CG없이도 충분히 훌륭한 장관이었다. 서울올림픽의 굴렁쇠소년이 연상될만큼 인상적이었고, 어떤 면에서는 그것을 뛰어넘는 연출이었다.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그 다음 인상적인 공연은 "행동하는 평화" 공연이었다. 존 레논이 부른 Imagine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경기장내 LED불빛이 하나둘 켜져서 만들어내는 장관은 한국인이 가진 저력의 또다른 표현이었다. 지난 겨울,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던 모든 시민에게 올림픽이 건네는 위로였다. 앞으로 Imagine 노래를 들을때마다 눈앞에 펼쳐졌던 수많은 LED불빛과 그 작은 불이 하나둘 모여서 만들어낸 큰 비둘기가 생각날 것 같다. 이 글을 적는 순간에도 그 부분을 떠올리면 울컥거림이 느껴진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LED불빛을 드는 것에 정치적 해석을 하는 측이 있다는 것이다. 올림픽 개회식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 오른쪽에 있었던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커플은 개회식 내내 소고도 한번 안 두드리고, LED불빛도 켜지 않았다. 그럴거면 왜 개회식을 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난 겨울 촛불혁명은 불의한 권력에 항거한 정의의 상징이지, 민주당의 것도 자한당의 것도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계올림픽도 마찬가지다. 2018 평창올림픽은 자한당의 것도 아니고 민주당의 것도 아니다. 올림픽마저도 정치적 계산을 따져서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옆이 터져버린 소고와 방전된 LED볼펜


2. 소소한 단상들

증강현실인가 CG인가

첫 공연이었던 "평화의 땅"(안면조가 나온 그 공연)에서 마지막 장면에서 빛으로 돔이 만들어지는 장면과, "아리랑 : 시간의 강"에서 바닥 캔버스에서 별이 나와서 공중으로 흩어지는 장면은 현장에서 보지 못한 장면이다. 집에와서 영상을 통해보니 그런 장면이 있었는데, 이건 CG처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기사를 보니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것이고 CG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보여서 좀 의아했다. AR이든 VR이든 증강현실 기술자체가 CG를 전제로 한 것이다.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CG를 썼다고 보는게 정확한 표현이다. 그리고 현장에서 CG없이 본 공연도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북한미녀(라고 칩시다)응원단, 정확한 오와 열이 마치 군대같다.

북한미녀(라고 칩시다)응원단

개회식 공연내내 북한응원단의 존재감은 없었다. 너무 멀리 있었고 잘 보이지도 않았다. 식전공연에서 북한 태권도단이 나와서 시범공연을 보일때야 존재감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절대 북한에서 살 수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오와 열을 맞춰어서 한 목소리와 한 율동으로 응원을 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군대같았다.

무릇 응원이라면 상대팀이 견제구 한번 던지면 난리굿을 직이고 해야 하는 것이거늘, 저렇게 응원하면 정말 답답할 것 같았다. (욕은 안한다. 딱 난리굿 수준까지만) 응원마저도 군대처럼 하는 병영국가의 모습에 몸소리가 쳐졌고 남한에서 태어남을 다시한번 감사했다.

이번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두고, 화전양면전술이라는 말이 있지만 설령 양면전술이라고 해도 현재는 和가 戰보다 필요한 시기다. 세계적인 축제를 열어놓고 북한이 마구 핵미사일쏘아대고 안보문제로 미국팀이 참여안하고 그런 대회를 만들수는 없지 않는가? 북한의 평화제스쳐가 말그대로 제스쳐에 불과하더라도 일단 지금은 그 제스쳐를 잘 받아들여서 성공적인 대회개최에 이용할 줄 알아야 하며, 문재인정부가 대국적으로 잘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김연아

최종성화주자였던 김연아는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너무 뻔하긴 했지만 그 어떤 논란도 만들어내지 않았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의 이영애와는 비교할 수 없는 좋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럴거면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 단계에서 너무 김연아를 많이 소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개최결정 이후 올림픽 시작전의 기간동안)

요즘 평창올림픽 구술채록을 하러 돌아다니면 많은 사람들이 평창올림픽을 생각하면 김연아가 생각난다고 답한다. 물론 조직위 차원의 심정이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있지만 생각보다 열기가 올라오지 않는 상황에서 김연아 마케팅이라도 해야 했던 것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최종성화주자를 김연아를 할 것이라면 중간과정에서는 좀 덜 쓰는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


3. 꿀팁

망원경

내가 예매한 표는 D석이라 그런지, 좀 멀리 있었다. 그래서 맨눈으로 봤을때 작게 보였다. 혹시나 싶어서 망원경을 챙겨갔는데 그게 신의 한수였다. 내가 앉은 섹터 주변에서 망원경을 준비한 사람이 나밖에 없었는데, 아무래도 요즘은 관람환경이 많이 좋아지다보니 안챙긴 사람이 많은 걸로 보였다. 내 뒤에 앉은 아이는 옆에 엄마보고 공연내내 안보인다고 투정을 부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내 망원경을 보고 부러웠던 것같다.

"평화의 땅" 공연에서 고구려 벽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무용수들을 맨눈으로 볼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망원경으로 보니 표정까지 생생하게 보였기 때문에 눈앞에서 펼쳐지는 장관에 큰 감동을 받았다. 예매한 표가 D석이면 일단은 망원경을 챙겨가시는 걸 추천드린다.

무거워서 안가져갈까 했는데 안가져갔으면 큰일날뻔한...

방한화

개회식장의 좌석에 가면 방한세트가 세팅되어있다. 방석, 무릎담요, 판초우의, 털모자, 핫팩이 들어있는데 이것에 롱패딩 + 롱패딩후드를 덮어쓰면 어느정도 체온유지가 되었다. 나 같은 경우엔 미리 패딩처리가 된 방한화를 챙겨갔는데 (오토바이 배달할때 신는) 이게 굿 초이스 였다. 덕분에 내의에 청바지만 입은 허벅지와 무릎부분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큰 추위를 못 느꼈다.

여자들은 몇년전부터 어그부츠 같은게 유행을 타서 방한화를 준비하는데 별 문제가 없을 걸로 보이지만 남자들은 한겨울에도 그냥 운동화만 신고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올림픽 폐회식이나 패럴림픽 개회식에 가는 사람은 방한화를 꼭 준비하시길 바란다.

갈때는 수월했지만...

교통

수원에서 출발하면서 잡은 코스는 수원-만종역(원주)-진부역 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실패였다. 가는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개회식이 끝나고 오면서 셔틀버스가 너무 늦게 와서 예매해놓은 표를 다 취소하고 새로 끊어야 했다. 진부역으로 가는 대기인원은 엄청 많았는데, 오는 셔틀버스가 너무 없었다. 오히려 진부주차장에 가는 셔틀버스는 타는 사람이 없어서 대기하고 있었다.

결국 12시 44분 기차를 타고 만종역으로 왔고 수원 집에 도착했을때는 2시 30분이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바로 진부 IC로 들어갔으면 톨비가 무료인데 원주IC로 들어갔기 때문에 왕복해서 톨비가 1만원 가량 나왔다. 만약 다시 평창에 간다면 KTX를 안타고 자차로 이동할 생각이다.


4. 나는 한국이 자랑스럽다.

공연을 보고 오면서 몸은 많이 지쳤지만, 계속 들었던 생각은 한국이 너무 자랑스럽다는 사실이다. 서울올림픽에 부끄럽지 않았다. 앞으로도 많은 일들이 내 삶속에서 일어날테지만, 평창올림픽 개회식을 직관했다는 기쁨과 자부심은 계속해서 가지고 있을 것이다. 사실 한을 풀었다.

다시 한번, 정말 멋진 개회식이었다. 나는 한국이 자랑스럽다.

개회식을 나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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