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부산에 있는 모교회 다닐 때의 이야기다. 당시 단기선교도 가고 소모임도 적극적으로 나가고 했었다. 어느 날 정말 잘생긴 새가족이 들어왔다. 키도 크고 인물도 좋았고 대학도 좋았는데 무엇보다도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아마 나는 그를 시기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교회를 비교적 오래다닌 축에 속했고, 그때는 안에서 임원도 하고 있었다. 그냥 한 두마디 정도의 말만 해도 나의 말을 믿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어느 순간 그가 교회에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그 이후 내가 얼마나 많은 회개를 했는지 모른다. 몇 년 전에 페이스북 친구추천에 떠서 한번 들어가봤더니 지금도 교회는 안나가는 것 같았다. 그 이후 다른 사람에게 누군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정말 주저하게 되었다. 혹시나 누군가에 대해 제3자에게 말하게 된다면 하나의 거짓말이나 추측을 보탬이 없이 오직 진실만을 이야기하려고 했다.
왜냐하면 나의 말 한마디에 한 영혼이 교회를 떠난다면 나는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큰 죄를 짓는 사람일까 하는 그 두려움 때문이었다.
흔히들 사람들은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독교란 종교를 알면 알수록 이 종교는 인생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인생의 정답이란 뭘까?
한때는 그냥 말 그대로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교회에 헌신하고 봉사 열심히 하면 그게 인생의 정답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인생의 정답이 아니라 그냥 종교중독일 뿐이었다. 현실에서 도무지 해결되지 못하는 답답함을 종교라는 수단에 의탁하여 단지 도피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교회를 열심히 나간 시점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난 다음의 일이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교회의 일을 헌신하기로 결정했다면 그와 동시에 그 누구보다도 자기 분야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나는 그냥 내가 있는 분야에서 경제활동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요즘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까, 그냥 기독교 신앙같은 어렵고 봉사해야하는 귀찮은 것 하지 않고 내 분야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쌓기 위해 노력만하면 되지, 왜 굳이 기독교 신앙을 가질 필요가 있냐는 말이다.
나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단 1개의 시합만 있다면 말이다. 인생이라는 것에 시합 1개만 있다면 기독교 신앙이고 나발이고 그냥 공부 열심히 해서 그 시합만 패스하면 된다. 기독교 신앙 그런거 없어도 된다. 근데 인생에는 시합이 1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단순하게 잡아도 우리는 60년의 세월을 살게 될테고 그 시간동안 수많은 시합을 치뤄야 한다. 누군가는 그 중에서 어떤 특정한 능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시합 몇 개만 마주쳤을 뿐일지 모른다. 60년의 세월동안 만날 시합들을 생각한다면 그 시합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부 열심히 한다고 해결이 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심지어 누군가는 75세부터 노인으로 인정한다고 말하지도 않았는가. 우리 아버지 세대들은 60년의 세월이지만 우리는 75년의 세월동안 시합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긴 시간동안, 수많이 마주칠 수 밖에 없는 시합에서 계속해서 승리하기 위한 방정식을 가르치는 것이 바로 기독교 신앙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또 반론이 있을 수 있다. 20대와 30대에는 한 사회인으로서 독립을 해야 하고, 그에 따라 준비하고 공부해야할 것도 많다. 그렇다면 20대와 30대에는 귀찮은 기독교 신앙은 스킵하고 한 50대나 60대 쯤 되어서 기독교 신앙을 믿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역시나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 영혼에 켜켜이 쌓이는 고민의 흔적들이다. 20대와 30대 때 자신의 삶 속에서 한 명의 사회인이 되기 위한 노력과 그러면서도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기 위해 고민한 그 치열한 흔적들은 어디 가지 않고 나의 영혼 속에 그대로 남는다. 우리는 비록 나이는 먹었지만 그만큼 삶의 지혜는 늘었고 통장 잔고도 늘었고 뱃살도 늘었고 그러면서 우리의 신앙과 그 고민도 깊어졌으니, 50대와 60대에 신앙을 가진 이와 비교하면 같은 성경구절을 읽더라도 주님 안에서 누리는 평안과 기쁨은 비교할 수 없이 클 것임을 믿는다. (사실 내가 그렇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도대체 니가 생각하는 인생의 정답이 뭐냐고 딱 한마디로 요약하라고 묻는다면.
오직 너희는 먼저 그 나라와 그 義를 구하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너희에게 더해 주실 것이다.
[마6:33, 우리말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