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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개회식 취소표가 풀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22만원짜리 D석을 예매했다. 당연히 폐회식은 취소했다. 평창올림픽에 관한 위키글을 읽어보니 폐회식에 연예인을 쓸거라고 한다. 엑소가 부르는 코코밥같은 노래를 듣기 위해 22만원을 쓰고 싶은 생각은 1도 없다.

케이팝이 세계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건 서브컬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빌보드 챠트에서 1위를 한 곡이 단 한곡도 없는 케이팝이 세계적인 메인스트림이라고 볼 수 있는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위를 하기도 했지만 그건 전형적인 원히트원더의 사례다. 케이팝이 영국 팝처럼 세계적인 메인스트림을 만들어나갔다고 볼 수 없다. 비틀즈는 빌보드 챠트 1위곡을 무려 27곡을 배출했다. 

비틀즈뿐만 아니라 롤링스톤즈, 엘튼 존, U2, 콜드플레이 등등 수많은 팝스타를 배출한 고향이 바로 영국이다. 그 정도되니까 올림픽 개회식 무대에 매카트니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엑소? 아주 냉정히 말해 7년계약을 한 SM식 양산형 아이돌아닌가. 미국에서 2010년대초 히트했던 팝의 문법을 차용해낸 양산형 케이팝 아이돌일 뿐이다.

영국쯤 되니까 매카트니를 개회식에 쓸 수 있는 것이다.

아이돌공연을 보고싶으면 아이돌콘서트를 가면된다. 돈이 없으면 음악방송을 보러가거나 대학축제를 가면된다. 올림픽 개폐회식은 한국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정말 희귀한 기회다. 그런 기회를 아이돌 노래나 들려주면서 날려버릴 생각인가.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면된다. 수많은 이야기거리들이 있다. 

3,000년간 독립국가로 있으면서 무수한 외세의 침략을 받았지만 끝까지 살아남은 집념의 나라, 영국에서 200년걸린 산업화를 50년만에 이룩한 산업화의 나라, 군사정권 독재체제를 무너뜨리고 제도적 민주주의를 확고히 한 민주화의 나라, 문제가 있는 권력에 대해 짱돌대신 촛불을 들고 정부를 뒤집은 촛불혁명의 나라, 굳이 김치, 사물놀이, 송소희, 조수미, 케이팝이 아니라도 이런 것들로도 충분히 큰 감동을 줄 수 있다. 언제까지 조수미로 한국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개폐회식에 대한 우려가 많다. 전에 올린 글에 적었듯이 개폐회식 한파가 몰아닥칠 확률이 매우 높은데, 거기에 대한 대책이 미비한 점을 지적했다. 역시나 일이 터졌다. 지난 주말 올림픽 100일을 앞두고 개폐회식이 펼쳐지는 올림픽플라자에서 드림콘서트가 열렸는데 거기서 저체온증 환자가 7명이 발생했다. 올림픽은 11월이 아니라 2월에 한다. 거기다가 아이돌 공연과달리 전연령층이 보는 이벤트다. 아무리 따뜻하게 입고간다 해도 드림콘서트때보다 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국민을 다 얼려죽일 셈인가.

1,500억을 들여 지은 평창올림픽플라자는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패럴림픽 개폐회식 4번을 하고 35,000 관중석 중 10,000석 규모만 놔두고 나머지는 부분철거한다고 한다. 평창군 인구가 4만명인데, 1만명 들어가는 야외공연장을 놔둘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렇게 한다고 한다. 그덕분에 개폐회식 이벤트에 들어갈 예산은 600억 수준이라고 한다. 평균적인 올림픽이 2,000억 수준이라고 한다. 최근기사에 따르면 방한대책 마련에 200억을 추가로 예산편성했다고 한다. 이쯤되면 이건 뭐 병신인가 수준이다. 예산은 2,300억 들이고 나오는 개회식의 수준은 수준미달에 관객은 얼어죽게 생겼다.

만약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에 기존 시설을 이용했더라면 2,000억을 개폐회식에 온전히 쓸 수 있었을 것이고 그러면 한국을 더 잘 알릴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올림픽 개폐회식같은 이벤트는 한국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다. 이쯤되면 앞에 말했다시피 케이팝스타를 부르는게 어쩔 수 없지 않냐는 생각까지 든다. 가성비로 따지면 케이팝스타는 적은 돈에 비해서 퀄리티는 균일하니 말이다. 

애초에 인구 4만명이 사는 평창에서 올림픽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많은 것이 아닐까. 강원도 전역에서 펼쳐지는 강원올림픽을 지향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강릉에서 빙상종목을 개최하는데 아이스링크를 4개를 신설했다.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아이스하키) 강릉이 작은 도시는 아니지만 최신식 아이스링크를 강릉에 3개나 지을 필요가 있었을까. 원주에 한개, 춘천에 한개, 강릉에 한개 설치하는게 훨씬 올림픽이 끝난이후에 활용도가 높지 않았을까.

또 다른 방안으로는 종목을 분산 개최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설상종목은 평창, 빙속종목은 강릉, 썰매종목은 춘천, 구기종목은 원주. 이런 식으로 말이다. 평창-강릉 합쳐서 25만명이 산다. 그 도시를 위해 나머지 대한민국 국민이 너무 많은 세금을 낸 것은 아닐까. 정말 이번 올림픽은 걱정스럽다.

어린 시절에 경주에 살았다. 아직도 기억에 나는게 코스모스 밭같은데서 엄마 손을 잡고 손에 손잡고 노래를 부르면서 다녔던 기억이다. 어머니 말로는 88년뿐만이 아니라 그 이후로도 한동안 그 노래를 흥얼거렸다고 한다. 어렸을때도 그 서울올림픽의 개회식이 참 많은 감동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우리 선배세대가 만든 올림픽은 올림픽史적으로 기억될만한 성공적인 올림픽이었다. 

우리 세대의 올림픽이 망한 올림픽으로 기억된다면 참 슬플 거 같다. 그래서 이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돕고싶다.


P.S. : 1,500억짜리 개폐회식장의 허접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알고보니 이건 최순실의 작품이었다. 솔까 평창의 토지보상비용을 생각하면 1,500억이면 4만명 들어가는 돔구장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박근혜가 싸지르고 간 똥은 고군분투하며 치우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을 생각하면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항상 나라만을 생각해왔다던 그 박모씨는 사실 항상 나라만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던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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